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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CL 본부별 봉사활동  - 바이오융합연구소
  •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2018-12-26
  • 조회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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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CL 본부별 봉사활동

바이오융합연구소 편

 

 

이제는 연구원의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봉사활동. 2018년도에도 어김없이 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활동에 앞서서 “올해에는 무슨 일을 할까? 누구에게 기쁨을 줄까?”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적을 이루어 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은 이미 우리들은 봉사활동을 기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 지역사회와 연구원, 그리고 직원들에게 최적의 활동이 무엇일까? 호모 사피엔스 사이엔스의 등장 이래 수 만년간 진화하여 지성의 정점에 이른 현생인류 수십명이 2000년 전 그리스에서 태동하여 20세기에 이르러 완성된 인간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존엄성을 함축하고 있는 “데모-크라시”의 가치관 아래 몇 일이고 집단지성을 전개한 결과, 바이오융합연구소는 “행복상자 나누기”를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요즈음 랜덤-박스와 같은 상술이 소비자의 건전한 소비행태를 기만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저희는 확정적인 행복상자를 구성하여 기쁨을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의견이 수렴되었다면 결행이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행동은 생각보다 빨랐으니까.

 

결행일은 12월 8일. 장소는 바이오융합연구소. 제법 쌀쌀한 날씨에다가 휴일이기도 하였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렛잇-고를 외치며 자신을 속박한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선언한 디즈니의 엘사 공주처럼 무거운(그렇지만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주말에 봉사의 보람과 나눔 문화의 확산을 위해 회사로 모인 우리들을 테레모필리아 협곡에서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을 막아낸 스파르타의 용사들과 견준다 한들 비난할 자 없으리라.

 

 

이번 봉사활동은 연수구 및 봉사단체 ‘함께하는 한숲’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뜨인 것은 엄청난 물량의 식료품들! 햇반, 참치, 콩기름, 김, 두유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박스들.


이 많은 것들을 예정된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순간 가슴이 턱 막혀오고 흡사 장판파의 외로운 다리에서 수백만의 조조군을 홀로 맞서는 순간 장비의 심정이 이러하였구나 라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슬그머니 어깨 위에 올라오는 동료의 손과 하나 둘씩 들려오는 다른 직원들의 목소리에 머리가 맑아지고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 나는 혼자가 아니야 힘을 내보자!

 

함께하는 한숲 직원분의 간단한 브리핑으로부터 행복상자 포장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이센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계획과 실행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고 말하며 지휘관의 역량을 강조한 바 있지요. 비록 ‘박스에 각종 식료품들을 잘 갈무리해서 넣고 닫는다’ 처럼 간단해 보이는 방법일지라도 오랜 경험의 조언은 필요했습니다. 그 조언이 효과를 발휘한 첫 번째 단계는 손편지 쓰기였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시를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담지 않는다면, 정성을 싣지 않는다면 이 행복상자는 그냥 하나의 택배더미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가 이 상자에 행복이란 이름을 붙여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손편지였던 것입니다. 미소를 띤 얼굴, 심각한 얼굴 혹은 의미심장한 표정에서 오랜만의 손편지가 어색하였던 것인지, 혹은 어떤 말을 하여야 받으시는 분이 기쁨을 느낄지 고심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손편지를 쓰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커다란 힐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도움과 나눔을 주려고 하는 주체가 기쁨과 보람을 얻는다는 것이 봉사활동의 묘미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이윽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포장작업. 장소가 비교적 협소하였던 데다가 박스의 종류와 개수가 많고 사람도 적지 않아 상당히 혼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이미 수많은 업무에서 손발을 맞춰 온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업무에 적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세미나실에서 시작된 박스와의 전장(戰場)은 복도와 실외까지 확장되었고 상자의 조립, 식료품의 분배와 조합, 박스포장, 완성된 상자의 이송까지 일련의 단계들이 남녀노소 구분 또는 지위고하의 구분 없이 직원 모두가 힘을 합쳐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향악과 두레, 품앗이를 통해 협동의 정신을 발휘하여 어려움을 극복하였는데 이러한 한국인의 유전자가 발휘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泰山雖高是亦山(태산이 높다하되 이 또한 산이니) 登登不已有何難(오르고 올라 그치지 아니하면 어떤 어려움이 있으리오)」 영원히 허용될 것만 같지 않던 천외천의 영역인 히말라야의 14좌조차 정복하는 인류의 승리를 목격하면서 옛 한시의 구절이 사회문화적인 목적의 교훈전달을 뛰어넘어 인간의 각성과 노력의 꾸준함에 근거한 하나의 과학적 hypothesis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많던 식료품과 포장 물량이 어느 새 우리가 의도한 행복 상자로 완성되어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과 정성도 여기저기 깃들여 있었겠지요.

 

어느덧 때는 늦은 오전이 되었습니다. 요즘답지 않게 상당히 맑은 날씨였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상자의 발송을 위해 연구원 밖으로 상자를 옮기는 작업을 실시하였습니다.

  

햇살을 받으며 하나 둘씩 쌓여가는 상자를 보면서 그 상자가 전달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솔직하게 우리가 이 상자에 담은 물품이 아주 큰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행복상자를 받게 될 저소득층, 보호아동, 독거노인 분들에게는 일용할 양식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름 모를 사람들의 정성어린 메시지를 보면서 어디에선가 도움과 나눔의 손길이 있다고, 꿈과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함께 살아가자는 자그마한 믿음의 불씨라도 지필 수 있다면 오늘의 이 자리는 그 어떤 재화보다 가치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감사합니다. 바쁜 일상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 속에 쉽게 잊을 법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나눔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회, 그리고 “you are not alone. We are the world” KCL에는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던 화합의 장을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서요. 이러한 봉사활동이 KCL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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